출처: https://imawesome.tistory.com/561 [Life & Story] 내가 만약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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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부모를 고를 수 있다면? -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 '페인트'

유쾌한제리 2021. 8. 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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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학대 아동 중 80%가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 이영희 작가는 충격을 받았고 소설 <페인트>를 쓰게 됩니다

해당 기사의 '자격이 있는 부모만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베댓을 보고 반대로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해본 것이지요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 <페인트>는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에서 아이를 직접 맡아 키우기 위해 설립한 NC센터에서 자란 매우 생각 깊은 열일곱 소년 제노 301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NC센터는 Nation's children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국가의 아이들을 양육하는 센터입니다

부모가 키우기 원치 않는 아이를 국가 운영 메디컬 센터에서 출산하면 그 아이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NC센터에서 자라게 됩니다

 

책의 재목인 <페인트>는 NC센터에서 진행하는 부모 면접인 Parent's interview의 발음과 비슷하여 센터 아이들 사이에서 은어로 쓰이는 단어이지요

 

NC 센터는 크게 3개로 구분됩니다

1st center : 신생아 ~ 미취학

2nd center : 8살 ~ 12살

Last center : 13살 ~ 19살 -> 부모 면접 가능

 

부모 면접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나이 기준이 없었으나 연금 등 정부 혜택만 노리고 무분별하게 부모 면접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후 방임/학대 문제로 번져 입양 가능 연령이 13살 ~ 19살로 상향되었습니다

 

 

19살이 넘으면 센터를 나가 자립해야 했고 NC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사회에서의 차별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19살이 되기 전에 부모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지요

 

 

NC센터 아이들의 이름은 센터에 들어온 달을 영어로 한 뒤 그 뒤에 번호를 매기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요

1월) 남 : 제누, 녀 : 제니

6월) 남 : 준 , 녀 : 주니

 

주인공 제누 301은 1월에 들어온 301번째 남자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우리는 선택권 없이 누군가의 딸, 아들로 태어납니다

그렇게 만난 부모를 통해 그저 울고 먹고 자고 싸는 게 전부인 신생아에서 걷고 뛸 수 있는 어린이를 지나 차곡차곡 주변의 모든 것 들을 흡수하며 성장해 나가지요

 

하지만 NC의 아이들은 걷고 뛰고 말하는 상태에서, 그러니까 이미 '나'라는 자아가 모두 형성된 상태에서 인터뷰를 걸쳐 자기와 맞을 것 같은 부모를 고릅니다

 

 

원래 나의 부모라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없는 환경입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요

 

절대적인 점수라는 것은 없겠지만 100점 만점에서 80점 부모가 있는가 하면 15점에도 못 미치는 부모가 있을 겁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지요 (ex 가정폭력)

부모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내가 부모를 선택한다면 어떤 사람을 고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노 301은 몇 번 부모 면접을 했지만 계속해서 부모를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를 만나 외부로 나가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가식으로 느껴졌습니다

선택된 부모들이란 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정부의 혜택과 보장 제도에만 침을 흘리는 사람들처럼 보였지요

반면에 내가 만약 애초에 NC센터가 아닌 바깥세상의 아이였다면 나에게는 부모 선택권이 없었을 테고, 어쩌면 5점짜리 부모라도 그 밑에서 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느 날, 제노 301은 30대의 하나와 해오름이라는 사람들과 부모 면접을 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부모 면접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리숙하고 준비되어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부모 면접 전에 깐깐한 서류 심사와 건강 검진, 심리 검사를 치러야 함)

 

센터장 '박'은 매우 미안해하며 제노 301에게 부모 면접을 해볼 것을 부탁합니다

부모 면접은 1,2,3단계 진행 후 합숙 단계를 걸쳐 최종적으로 가족이 됩니다

 

아마도 다른 아이들 보단 진중하고 사람을 잘 파악하는 제노 301이라면 그들을 탈락시킬 것이라 생각했던 거겠지요

하지만 제노 301은 의외로 그 둘을 마음에 들어 하며 2차 면접을 잡아줄 것을 요청합니다

여기에 당황한 센터장 '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합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다." - 센터장

"그럼 이곳에 오는 다른 사람들은 준비가 됐고요."
"세상 어떤 부모도 미리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잖아요."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 그건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 제노 301

 

 

제노 301은 그 어리숙해 보이는 부부에게서 자신을 잘 이해해 줄 것 같은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나와 해오름 이들을 부모로 선택하여 센터를 나가게 되면 제노 301은 새로운 이름을 갖고 학교 생활을 하며 NC 출신이라는 낙인이 사라질 것입니다

선택하지 않게 되면 새로운 부모 면접을 기다리거나 그렇게 19살이 되어 NC센터 꼬리표를 달고 차별받으며 사회생활을 하게 되겠지요

 

과연 제노 301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계속해 나갈까요?

 

 

애초에 가제는 <국가의 아이들>, <NC> 였지만 NC센터 아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 <페인트>로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페인트>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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