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imawesome.tistory.com/561 [Life & Story] [책리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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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알고있는가?

유쾌한제리 2021. 8.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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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되어버린 아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이 피눈물 나는 헛수고 앞에서 나는 삼가 옷깃을 여민다
- 영화감독 박찬욱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에 대한 박찬욱 감독 추천사의 한 줄입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기도 하죠

 

오늘 리뷰할 이 책은 19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낸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의 엄마가 쓴 에세이입니다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우린 가해자에게 크게 두 가지의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범행의 동기는 무엇일까?

도대체 어쩌다 이런 끔찍한 악마가 되었는가?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키운 것인가?)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사람들이 갖은 의문도 이러했습니다

도대체 부모가 어떤 사람이길래 아들이 저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기까지 조금도 눈치를 못 챘을까?

 

사건 당일인 1999년 4월 20일

딜런의 엄마 수는 회의 참석 준비 중에 남편 톰으로부터 딜런의 학교인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총을 든 두 남자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들은 아들이 행여 다칠까 걱정했지 그 총을 든 남자가 아들 딜런 일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기 소지자 중 한 명이 딜런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고

범죄자 하고 엮인 걸까, 협박을 당한 걸까, 순전히 장난이나 연극이라고 따라갔다가

나중에야 진짜 실탄이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아닐까

각가지 나름의 가능성을 생각해 봤지만.. 다른 엄마들처럼 아들이 안전하길 빌었지만..

엄마는 결국 단 한 가지 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들 딜런의 죽음

 

<p 51>

리틀턴의 모든 엄마들이 그랬겠지만 나도 아들이 안전하길 빌고 있었다.

그런데 뉴스에서 스물다섯 명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나는 다른 기도를 했다.

딜런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면, 멈춰야 했다.

엄마로서 가장 힘든 기도였지만, 그래도 그 순간 내가 바랄 수 있는 최대의 자비는 내 아들의 안전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이 사건의 가해자인 딜런과 에릭은 자살로 총격 사건의 마무리를 짓습니다

 

<p 95>

다시는 딜런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어루만질 수도 없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마지막 이별의 의식을 준비하기 위해 내가 가진 마지막 힘까지 끌어 모아야 했다.

딜런을 키우는 일은 끝이 났다.

이 아이를 만들어내는 데 들였던 모든 사랑과 노력이 끝이 났다.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수는 엄마로서 상상도 하기 힘든 힘겨운 나날을 보내며,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가 딜런에게서 놓친 건 무엇일까

왜 우리는 아무 낌새도 느끼지 못했을까

자책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변명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친 말한 관계였는지

딜런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아이였는지

 

하지만 "좋은 부모라면 아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알죠."라는 누군가의 말에 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녀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죠

 

훗날 딜런의 글들을 보며, 딜런이 오랜 시간 죽음을 생각해왔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딜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역량이 없었지요

자살을 글로 쓰면서도 스스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추상적인 무력감이었던 자살은 에릭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실현됩니다

에릭의 살인 계획 (콜럼바인 총격)이 딜런에겐 죽음으로 갈 수 있는 필요 요소였던 거지요

 

에릭은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보이는 친구였습니다

그의 글과 그가 만든 사이트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난잡한 내용이 가득했지요

 

딜런의 모습

 

임상심리학자이며 콜럼바인 수사 때 FBI의 조사반 자문이었던 한 박사는 아래와 같은 말을 수에게 합니다

 

<p 280>

"에릭이 사람을 죽이러 학교에 갔고 그러자 자기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반면,

딜런은 죽으러 학교에 갔고 그러다 다른 사람도 같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수는 총기 난사 사건이 있고 16년간 딜런은 왜 그랬을까? 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은 가정에서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고 십 대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양육'이란 한 사람이 접하는 모든 환경적 요소를 가리킨다

에릭이 제안한 폭력에 딜런이 왜 가담했는지 나는 영영 모를 것이다

 

분명 가정환경은 한 사람의 성향과 기질, 삶의 방향성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그 이유를 가정에서만은 찾을 수가 없지요

수와 톰이 딜런과 친밀하고 많은 사랑과 가르침을 주었음에도 딜런은 엄청난 일을 저지릅니다

(딜런이 쓴 글에서도 그들은 좋은 부모이고 자신이 많은 사랑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타인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거죠

 

책에는 이뿐만 아니라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불안과 자살한 가족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딜런의 경우 매우 극단적인 사례라고 보이겠지만 아이의 우울과 자살충동 등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를 키우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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