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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이동진 독서법' - 이동진 평론가가 책을 대하는 방법

유쾌한제리 2021. 7. 3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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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는 요새 호감 가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안경을 끼고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와 책을 이야기한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아 정말 박학다식 하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김중혁 작가와 함께 하는 유튜브 영화 채널 '영화당'과 이동진 평론가의 엄청난 장서들과 DVD, 애장품이 가득한

파이아키아에서 촬영하는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을 즐겨 보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왓챠에서 이동진 님이 만점 주거나 칭찬했던 영화도 찾아본다

그의 영향으로 보게 된걸 몇 개 적어보자면

'원더풀 라이프', '안티크라이스트', '언더 더 스킨', '레볼루셔니로드', '위플래시', '조디악',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스포트라이트',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어느 가족',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해피투게더', '라라 랜드', '캐롤' 등등

 

오늘 이야기할 그의 책 '이동진 독서법'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왔다

책을 읽고 말과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특출 났던 그는 전학 간 학교에서 선생님의 권유로

수업시간 친구들 앞에서 몇십 분씩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중간에 화장실에 가면서 자신이 다녀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정도로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었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책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군대에 가서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후임과 책을 읽었다

 

그는 책을 읽는 이유를 '재미있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은 과감히 덮기도 하고 그가 사 모은 책 중 아직 읽지 않는 책도 많다

하지만 그는 그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P29>

가끔 "소설은 전혀 읽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문학 자체에 흥미를 못 느껴서이기도 하고 소설을 읽는 것이 역사서나 경영서를 읽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시간 낭비로까지 생각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문학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나는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 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적인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직접적인 경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직접적인 경험보다 간접적인 경험이 더 핵심을 보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

인생에는 변수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소설은 그런 변수들을 통제하고 정리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그것이 관계에 대한 문제인지, 인간이 고독을 즐길 수 없는 무능력에 관한 문제인지, 과연 어떤 문제인지를 보게 해 주죠. 

그러니 우리는 직접적인 체험보다 책, 특히 소설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으로 삶의 문제를 더욱 예리하게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됩니다.

미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에 관한 책을 읽는 게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 직접 가보고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거죠.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설은 안 읽힌다던가 왜 읽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각적으로 답을 보여주는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에 비해 소설은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내려가야 한다

인물들이 등장하고, 시대와 배경이 묘사되고, 인물 간의 관계가 그려지고 그들에게 어떠한 이벤트가 발생된다

처음부터 빠져들기도 하지만 꽤나 많은 페이지를 견뎌내야 그때부터 발동이 걸리는 소설도 많다

당장의 실용을 따지는 이들에게 소설이 무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에 나는 꼭 유용하지 않더라도 재밌으면 됐잖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어떤 소설은 읽는 동안 인물과 함께 그 순간들을 살아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읽으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P35>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딸이 중학생이던 시절에 학교에서 가훈을 붓글씨로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고 해요. 

우리 집 가훈이 뭐냐고 묻는 딸에게 박찬욱 감독이 '아님 말고'라고 했다죠.

정말 명쾌하고 좋은 말 아닌가요?

'아님 말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요.


 

 

정말 재치 있는 가훈이다

우리 집 가훈은 가화만사성이라고 아빠가 알려줬는데..

안타깝게도 가훈과 우리집 딱히 같은 길을 걷지 않았던 것 같다

 

장항준 감독의 가훈도 재치 있다

인생은 여름방학처럼 ㅎ

 

 


<P80>

우리는 일반적으로 책을 내가 습득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내용이나 생각이 다운로드되듯 나에게 그대로 옮겨지기를 바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독서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자체가 아니라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 그것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서에서 정말 신비로운 순간은,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에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을 때 책과 나 사이 어디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책 분량도 길지 않고 전혀 지루하지 않기에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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